입학사정관 도입 앞두고 학원가 '들썩'
【서울=뉴시스】
오는 9월부터 본격 시작될 국내 주요 대학들의 2010학년도 수시 모집을 앞두고 교육계 최고의 화두는 단연 입학사정관제다.
올해 입시에서는 전국 49개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 지난달 서울대가 내년 입시에서는 입학사정관제 선발 비율을 전체 정원의 39%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앞으로 도입 대학은 날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중등교육의 정상화'라는 목표에 부응하기 위해 입학사정관제 역시 사교육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남에 부는 입학사정관제 바람
강남의 유명 학원들은 지난해부터 입학사정관제 전담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나섰다. 대치동 등 학원가에 개설된 일부 유명 입학사정관 전문가의 컨설팅이나 상담, 강의 등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참가하기 위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당연히 가격도 올라갔다. 대치동 C학원은 50만원을 내면 입학사정관제 '전문가'들이 학생의 현재 성적과 활동사항 등을 점검해 가장 알맞는 전형을 소개하고 향후 과제를 소개해주는 1회 짜리 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류전형과 심층면접으로 구성된 입학사정관의 특성에 비춰볼 때, 많은 지원서가 올리는 서류전형에서 눈에 띄는 것이 중요해졌다. 대부분의 대학이 서류평가만으로 1단계 전형을 실시해 정원의 몇배수를 선발한 뒤 심층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가리는 전형을 실시한다. 때문에 입학사정관 '전문가'들이 돈을 받고 서류를 준비해주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고3 딸을 뒷바라지 하고 있는 주부 김모씨(46·여 성남시 분당구)는 "대치동 주변 카페에서 학부모들끼리 얘기하다가 한 유명 강사가 100만원에 자기소개서를 써 주고 관련 서류를 준비해준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 강사를 거쳐간 학생이 지난해 입학사정관제로 명문대에 합격했다는 소문도 있어서 그냥 무시할 수만도 없다"고 말했다.
논술 비중이 줄어들면서 유명 논술 전문 학원들은 에세이와 자기소개서 작성법, 심층면접 대비 훈련 등으로 주력 사업을 변경하기도 했다. 1년 단위 계약으로 500만원 이상의 학원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고1과 고3 아들딸을 두고 있다는 주부 오모씨(48·여 서초구 양재동)는 "사교육비 드는 것은 다를 것이 없다"며 "오히려 돈 들어갈 곳이 더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오씨는 "입학사정관 대비 학원도 보내야 하고 다양한 경시대회나 봉사활동에도 다 참가시켜 봐야 할 것 아니냐"라며 "해외 어학연수나 봉사 경험도 있는 편이 아무래도 나을테니 그 쪽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 S고등학교의 진학담당 교사는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정보가 아직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형편이 나쁘지 않은 학부모와 학생들은 가장 먼저 학원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그간 심층면점과 자기소개서 작성을 가르치는 학원 강좌들이 있었는데 관련 전문 강사들은 물을 만난 것"이라며 "시험문제 유출로 압수수색을 받아도 메가스터디 주가는 끄떡없는 것은 사교육 시장의 변화무쌍한 생존전략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부작용 최소화하기 위한 교육당국의 혜안 필요
이처럼 입학사정관제가 제대로 정착하기도 전에 학원들의 '돈벌이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이같은 사교육 열풍이 제도 초기의 시행착오로 끝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우선 고교 진학담당 교사들이 "학생에 맞게 입학사정관 준비를 다 해주겠다는 학원의 말에 속지 말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서울진학지도협의회 회장인 조효완 교사는 "학원에서 인위적으로 대학가는 일에 영향을 미친다면,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이 자신의 장래 희망에 맞게 충실히 준비해 대학에 갈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의 본래 취지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강화를 통해 사교육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 한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대학의 입학사정관 교육과 선발 과정은 매우 치밀하다"며 "서류평가 과정에서도 증빙 자료의 허점을 놓치지 않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으며 심층 면접 과정에서는 학생의 거주지나 학교 등을 직접 찾아가 객관적인 평가등을 듣는 방안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창근 한양대 입학처장은 "현재까지 선발된 입학사정관의 면면을 보면 다년간의 경험이 있는 교사, 유명 학원강사, 대기업 인사 실무팀 출신 등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며 "대학에서 가장 전문적인 집단으로 육성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입학사정관이기 때문에 초기의 시행착오를 극복하면 좋은 제도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양한 학생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고 현재 불거지는 교육현장의 문제점들을 최소화해 입학사정관제를 중등교육 문제점 개선의 시발점으로 만들기 위해 교육당국의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변휘기자 hynews6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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