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교회내 비정규직 해법은?… “언제까지 사명과 희생만 강요할 것인가”

시골농군 2009. 7. 3. 16:30


교회 밖에만 비정규직이 있는 게 아니다. 사무원, 청소원, 관리자, 방송실 직원, 운전기사 등 교회 안에도 비정규직 못지않게 불안한 신분과 열악한 근무 여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사명감 때문에 교회를 섬기지만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임에는 틀림없다. 교회 직원을 노동법에 따라 대우해주는 것은 교회의 당연한 의무다.

◇고용 불안…교회 업무에도 악영향=보통 교회 직원은 채용 시험을 거치지 않고 목회자나 당회의 결정에 따라 선별적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목회자 상황에 따라 업무가 바뀌거나 해고에 쉽게 노출된다. 대부분의 중·소형 교회 직원들은 비정규직 형태로 일하고 있으며, 저임금과 과도한 업무 시간, 일터에 대한 불안감이 이들의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인천 S교회에서 30개월간 청소와 교회 관리를 한 김모(59·여)씨는 최근 개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뒀다. 김씨는 "1년 단위로 교회와 계약을 했기 때문에 4대 보험 혜택은 물론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면서 "처음엔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갈수록 교인들의 말과 고압적인 자세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적이 많다"며 섭섭한 마음을 털어놨다. 김씨는 "차라리 다른 일을 했으면 마음이라도 편했을 것"이라면서 "교회 일은 정말 사명감 아니고는 못한다"고 말했다.

부산의 중형교회를 맡고 있는 신모 목사는 "교회에서 관리 집사와 사무원을 두고 있는데 교인들은 이들을 봉사자로만 생각하지 직원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해주려 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이중적 잣대는 결국 교회나 교인들에게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 목사는 "만약의 사태나 경제적 어려움에 대비해서라도 직원들의 4대 보험 가입은 필수"라고 지적했다.

◇교회 성장의 첫 출발,직원 복지=직원에 대한 고용 보장과 복지 혜택은 직원뿐만 아니라 건강한 교회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직원들이 선교적 자세로 교회를 위해 일하더라도 기초적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에서 29년간 서무행정을 맡아온 황현자(56·여)씨는 "1999년부터 4대 보험 적용을 받았는데 일자리가 보장되다 보니 안정적인 가정생활과 원만한 교회 업무가 가능하다"면서 "직원이나 교회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방송국에서 18년간 근무한 이모(48)씨도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정규직으로, 고용 불안이 없기 때문에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요즘은 HD 방송에 대비해 새로운 카메라 장비 조작법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65일 방송으로 예배를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바쁘지만 하나님의 일을 한다는 게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는 "교회가 직원을 채용했다면 그들의 복지에 성심성의껏 책임을 다하는 것은 지극히 일반적인 상식"이라며 "교회는 우선 교회 안에 있는 비정규직을 줄이고 합의된 계약에 따라 고용과 복지를 보장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