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중간사의 재발견과 의의
금세기 가장 위대한 발견 가운데 하나를 꼽는다면 이는 단연 쿰란공동체(주전 2세기 중엽부터 주후 68-70년까지 거주)와 그 근처에서 찾아낸 문헌일 것이다.
1947년 사해 근방 지역에는 생물체란 찾기 힘든 사막으로 오직 몇몇의 베두인이 천막치고 살며 그들의 목축만이 드문드문 보이는 그런 척박한 자연 환경에서 어린 목동에 의해 수많은 사해 문서가 보존된 동굴을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첫 동굴이 발견된 이래 모두 11개의 동굴과 수많은 문서(발굴작업만 10년 이상이 소요되었고 이들의 출판은 아직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 할만큼 방대하다)들은 전 세계의 기독교와 유대교 학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특히 에스더를 제외한 구약성서 사본은 지금까지 발견된 성서 사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주전 2세기경으로 추산) 귀중한 성서학 연구자료로써 최근 번역된 표준새번역도 이 사해 사본을 참조하였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정경 외의 서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도외시하여 왔던 외경, 위경의 여러 사본도 함께 발견되면서 주전 2세기부터 주후 1세기까지의 한 유대인의 생활과 종교를 엿볼 수 있는 --부분적이지만-- 귀한 기회가 되었다.
그러면서 이 발견은 신학계에 적지 않은 물음들을 던졌는데, 우리는 기독교가 태어나기 이전과 동시대에 살았던 유대인들과 그 종교에 대해 너무 무관심해 왔고, 무지하다는 자각이었다.
이에 대한 주 요인을 살펴본다면 종교개혁이 있기까지 약 1500년 이상 기독교의 정경의 일부였으나 히브리 성서에는 포함되지 않은 9권(구약외경)을 종교개혁자들은 구약성서에서 제외시키려고 시도하였고, 점차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들 외경은 성서에서 사라지게 되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경이 포함하지 않은 시대 즉 신구약 중간시대(일반적으로 주전 200년에서 주후 100년까지를 가리킴)를 암흑기라고 명명하며 그 시대의 유대인의 삶(정치, 역사, 사회)과 종교를 보여주는 신구약 중간 문헌(외경, 위경)에 대해 -- 거의 모든 신구약 문헌들이 기독교인과 교회에 의해 보존되어 우리들의 손에까지 이르렀지만 -- 비중을 거의 두지 않는 일을 지극히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사해 문서의 출판과 아울러 이 시대의 역사와 종교가 조금씩 더 밝혀지면서 신구약 중간시대의 유대인들의 정치, 사회, 특히 종교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기를 시작했다. 이 시대는 많은 측면에서 구약에서 신약으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예수를 탄생시켰던 태동기요 구약과 신약을 이어주는 다리와 같은 부분인 것이다.
즉 기독교를 잉태했던 시대와 그 시대의 언어, 문학, 종교, 사회, 정치상황을 알려주는 귀한 문헌들을 생산했던 신약성서 시대로 인도하는 길목인 셈이다. 이는 간략하나마 신구약 중간시대의 문헌연구 가치를 다음과 같이 간추릴 수 있을 것이다 : 1) 신구약 중간 시대의 문헌들은 그 당시의 유대인들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정치, 종교)에서 어떻게 그들의 삶과 신앙을 영위하고 지속시켰는가를 제공해 준다 : 2) 그 시대의 종교를 알 수 있다 -- 기독교와 랍비 유대교의 기원 이해에 도움을 준다. 신약 성서에서 자주 발견되는, 어쩌면 기독교의 핵심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인자’, ‘메시야’, ‘메시야 왕국’, ‘부활’, ‘하늘나라’... 와 같은 문제와 예수를 비롯하여 그 제자들과 바울이 주후 1세기 팔레스틴과 헬라 세계에 살면서 던져 주고 있는 많은 신학적 개념들을 이런 문헌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의 신앙 선배들인 초대 기독교인들과 신학자들에 의해 열심히 읽혀지고(시리아어, 에디오피아어 등 여러 지방 언어로 번역 보존) 연구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이런 서적들을 보존한 장본인이 바로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은 이들의 문헌 연구 필요성을 한층 더 부각시켜 준다.
신구약 중간시대는 결코 암흑기가 아니다. 단지 도외시되었고 무관심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쿰란 문헌(구약 사본, 쿰란 공동체의 저작들)과 여러 종교 유산(외경, 위경)들의 발견 내지는 재발견을 계기로 이들이 포함하고 있는 신구약 중간시대가 우리의 관심사가 되는 귀한 계기가 되었고, 지난 몇 십년 동안 연구의 진도는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를 태동시켰던 그 시대의 유대교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 것은 21세기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세계 교회는 2000년의 기독교 역사를 맞이하면서, 한국교회는 선교 2세기를 향해 나아가면서 잃어버린 시간들을 발견하고 메우는 진지한 물음과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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