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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7중 우월성

시골농군 2009. 7. 13. 15:09

그리스도의 7중 우월성

히 1:1-3

권 성 수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신약학)

히브리서 저자는 예수 그리스도가 최종 계시자이시라는 사실로 서두를 열면서 구약 계시자들인 선지자들보다 우월하신 분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스도가 구약 선지자들보다 우월하다는 점이 유대인들에게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구약의 선지자들은 최고로 존경하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어서 그리스도가 만유의 후사, 우주의 창조자,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 본체의 형상, 만유의 보존자, 죄 정결자, 우편 재위자이신 것을 지적하여 그리스도의 우월성을 7중으로 확인한다.

가. 최종 계시자(1:1-2상)

하나님이 침묵하셨다면 인간들은 암흑 속에서 영원히 고통 당했을 것이나, 하나님이 계시해 주셔서 우리가 구원의 빛 아래 행하게 되었다. 본문의 계시는 일반계시(욥 28:14; 시 19:1-8; 롬 1:18 이하)가 아니라 특별계시(신구약 성경계시)이다.

성경계시는 구약에서 신약에로의 점진성을 지녔다. 히브리서 전체에 옛 언약에서의 계시와 새 언약에서의 계시가 비교 대조되면서 계시의 진전이 다루어져 있다. 옛 언약에서 새 언약으로 계시가 진전되었다는 것은 더 못한 진리에서 더 나은 진리에로, 더 못한 가치에서 더 나은 가치에로, 미숙에서 성숙에로의 진전이 아니라 약속에서 성취에로의 진전이다(11:40).

저자는 여기서 그리스도의 계시를 구약 계시와의 연속성 속에서 제시한다. 그리스도는 유대인의 과거(구약)와 단절된 분이 아니시라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구약계시를 완성하시는 분이시다. 그리스도가 없다면 구약 계시는 부분적, 단편적, 예비적 미완성이다. 구약계시가 그리스도에게서 그 전체와 성취와 완성을 보는 것이다. “그의 아들 안에서 말씀된 하나님의 말씀은 그 이전의 말씀과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적인 것이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행하신 것은 그가 그 이전에 행하기 시작하셨던 것의 절정이다”(Donald A. Hagner).

하나님은 여러 가지 계시의 방법을 사용하셨다. 하나님은 선지자들을 하나님의 비밀회의에 참석하게 하셔서 미리 계획을 시달하시기도 했다(렘 23:18, 22; 암 3:7). 하나님이 폭풍과 우뢰 중에 모세에게 말씀하시기도 하셨고(출 19:19; 신 5:22 이하), 세미한 음성으로 엘리야에게 말씀하시기도 하셨다(왕상 19:12). 하나님은 심지어 쇠똥을 통해 에스겔에게 말씀하셨다(겔 4:15). 그 외에도 하나님은 군인, 제사장, 왕, 농부, 시인, 현인, 역사가, 법률가, 정치가 등을 통해서 말씀하셨다.

이렇게 옛 언약 하에서 다양하게 말씀하신 하나님이 말세에 자신의 아들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말씀하셨다. “이 모든 날 마지막에”란 말은 “최근에”라는 뜻이 아니라 “말세에 최종적으로”라는 뜻이다(9:28; 고후 10:11). 성자는 모든 약속에 “예”요, 모든 예언에 “아멘”이시다(고후 1:20). 그리스도 계시는 하나님의 전권대사의 최후통첩이고, 최종결론이다. 더 이상의 새 계시가 없으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최종 계시로 만족하고 그것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리스도는 선지자들과 비교될 수 없을 만큼 탁월하시다. 그리스도는 성자 하나님이시지만, 선지자들은 하나님에 의해 부름 받은 자들이다. 그리스도는 한 분 성자이시지만, 선지자들은 많다. 그리스도는 최종 완성된 메시지를 전하셨지만, 선지자들은 미완성(미성취)의 부분적 메시지를 전했다. 가령 이사야는 하나님의 본질이 거룩하고, 의롭고, 자애롭다고 설명했지만(사 1:4, 18; 11:4),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본질을 나타내셨다.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능력을 묘사했지만(렘 1:18-19; 10:12-13),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을 보여주셨다. 에스겔은 하나님의 영광을 기술했지만(겔 1:28; 3:23),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영광을 비춰 주셨다. 물론 구약 선지자들의 말씀과 그리스도의 복음이 다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최종 계시로서 하나님이 말씀하시고자 하시는 모든 것의 근원이고 핵심이며 종결이다.

나. 그리스도의 7중 우위(1:2하-3)

1. 만유의 상속자:이것은 시 2:8의 메아리이다. “내게 구하라 내가 열방을 유업으로 주리니 네 소유가 땅끝까지 이르리로다.” “만유”란 이 땅 뿐 아니라 장래의 땅까지 포괄한다(2:5-9; 11:9-10, 14-18). 즉 그것은 우주 전체를 가리킨다. 우주가 그리스도의 유산이다.

본래 하나님께서 인간을 만유의 후사로 창조하셔서 우주의 모든 좋은 것들을 소유하고 누리게 하셨다. 그러나 인간이 범죄하여 하나님과 단절되어 이 우주 유산을 상실하였다. 그런데 그리스도께서 오셔서 우리가 아담 안에서 상실한 모든 것을 회복해 주셨다. 우리가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그리스도의 우주 유산에 동참하는 것이다. 우주의 모든 보화가 그리스도의 것이므로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절대 궁핍에서 참혹한 삶을 살 수밖에 없으나 그리스도 안에서는 모든 좋은 우주 유산을 누릴 수 있다(롬 8:17). 17세기 주석가 존 트랩(John Trapp)은 “이 상속자와 결혼하라 그리고 모든 것을 소유하라”고 했다(Raymond Brown).

2. 우주의 창조자:그리스도는 만유의 상속자이실 뿐 아니라 우주의 창조자이시다. 그리스도는 미래에 완성될 만유상속의 장본인일 뿐 아니라, 태초에 전능하신 하나님의 창조에 동참하신 분이시다. 우주의 창조자와 만유의 상속자 개념을 결합하면, 그리스도는 자신이 상속할 우주 창조에 동참하신 분이시다. “저는 그 분이 전능의 모루(두들기는 대)에 서서 세계들을 두들기시는데 그의 위엄찬 팔이 한 방 칠 때마다 불꽃들처럼 세계가 떨어져 날아가는(배치되는) 것을 봅니다”(Spurgeon).

“모든 세계”에서 “세계”(아이온)는 시간적 개념으로 영원이나 시대를 가리키기도 하고 공간적 개념으로 세계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본문 문맥에서는 시공의 전 우주를 가리킨다(11:3). 그리스도께서는 시공의 전 우주를 창조하셨다(요 1:3; 골 1:18). 그는 하나님의 말씀 혹은 지혜로서 그것을 창조하셨다(잠 8:22; 계 3:14). 여기에 그리스도의 영원 선재성이 암시되었다.

그리스도가 우주의 창조자이시기 때문에 인간들을 구원하시는 일을 얼마든지 해 내실 수 있는 분이다. 하이야트씨는 임종 때에 “그리스도에게 당신의 영혼을 맡길 수 있습니까?”는 질문을 받고 “제게 수백 만개의 영혼들이 있다고 해도 저는 그 영혼들을 다 그 분에게 맡길 수 있습니다.”고 대답했다.

3.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그리스도의 우월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의 지각에 맞는 비유를 사용해야 이해가 될 수 있으므로, 여기에 “광채”(아파우가스마)라는 은유가 사용되었다. 히브리서 저자는 알렉산드리아 출신으로 보이는데, 아래와 같은 글귀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알렉산드리아에 있던 <지혜서> 7:25 이하에 지혜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하나님의 능력의 숨결”, “전능자의 영광의 선명한 광채”, “영원한 빛으로부터의 광채”, “하나님의 작업의 때묻지 않은 거울”, “그 선(善)의 형상”. “광채”란 “빛의 근원에서 비춰 나오는 광채”를 뜻한다.

“광채”는 능동적으로 “발광(發光)”(radiance, effulgence)의 의미와 수동적으로 “반영(反映)”(reflection)의 의미를 포괄한다. 히브리인들은 하나님의 영광은 하나님의 임재가 가시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이해했다. 하나님께서 시내산에서 율법을 주실 때 우뢰와 번개와 빽빽한 구름과 연기와 불 가운데 산 위에 강림하셨다(출 19장). 하나님이 율법과 계명을 친히 기록하신 돌판을 주실 때에도 “여호와의 영광이 시내산 위에 머무르고 구름이 육일 동안 산을 가리었고 여호와의 영광이 이스라엘 자손의 눈에 맹렬한 불같이 보였”다(출 24:18, 17). 하나님의 영광이 회막에서도 모세에게 임할 때에 하나님은 “내 영광이 지날 때에 내가 너를 반석 틈에 두고 내가 지나도록 내 손으로 너를 덮었다가 손을 거두리니 네가 내 등을 볼 것이요 얼굴은 보지 못하리라”고 하셨다(출 33:22-23). 엘리 제사장의 자부는 하나님의 궤가 빼앗긴 것을 두고 “영광이 이스라엘에게서 떠났다”고 했다(삼상 4:22).

히브리서 저자는 동일한 하나님의 영광이 이제 말세에 그리스도 예수라는 인물을 통하여 나타났다고 한 것이다. 하나님은 그리스도에게서 발광(發光)되기까지 안보이신다. “태양의 광채가 이 땅에 이르는 것처럼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빛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비친다”(Bruce). “햇빛을 해로부터 분리시킬 수 없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영광을 하나님의 본질로부터 분리시킬 수 없다”(Wiersbe). 근원으로서의 빛(성부)과 광채로서의 빛(성자)의 본질이 같다. 그리스도 안에 비친 것은 곧 하나님의 영광의 빛이다.

4. 본체의 형상:“형상”(카락테르)이란 보이지 않는 본체의 가시적인 형체를 가리킨다. 이것은 신약에서 여기만 나오는 말로 ‘에이콘’(image, likeness)보다 더 강한 말이다(고후 4:4; 골 1:15). 스탬프 찍는 것을 연상해 보라. 성자는 성부의 스탬프(the very stamp of his nature, RSV)와 같다(골 2:9). 이것은 희미한 그림자와 같은 형상이 아니라, 선명한 형상이다. 그리스도를 보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 수가 있다. 하나님의 모든 속성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구체화되고 가시화 된 것이다.

“본체의 형상”이라고 할 때 “본체”(휘포스타시스)는 본문에서 본질(substantial nature, essence) 혹은 진짜 존재(actual being, reality)를 뜻한다.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본체의 형상”이라는 것은 그가 본질상 참 하나님을 찍어 놓은 자라는 것이다. 니케아 신조에 나오는 대로 그는 “하나님 중의 하나님, 빛 중의 빛, 참 하나님 중의 참 하나님”(“God of God, Light of Light, very God of very God”)이시다. 빌립이 예수 그리스도에게 “아버지를 보여 주옵소서”라고 했을 때 그리스도는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 어찌하여 아버지를 보이라 하느냐 나는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는 내 안에 계신 것을 네가 믿지 아니하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는 말이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셔 그의 일을 하시는 것이라… 행하는 그 일을 인하여 나를 믿으라”(요 14:8, 9, 10, 11)고 하셨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성부가 계셔서 예수 그리스도의 하시는 말을 하시고 행하시는 일을 하신다는 것이다.

5. 만유의 보존자:그리스도가 미래에 만유의 상속자로 나타날 것이고 과거에 만유의 창조자시라면 현재에는 말씀으로 창조하신 우주 전체를 말씀으로 붙잡고 계신다. 그의 “능력의 말씀”이란 히브리적 표현으로 “힘있는 말씀”, 혹은 “능력 주는 말씀”을 뜻한다. 최종 계시자이신 그리스도의 말씀은 보통 말씀이 아니라 우주를 보존하시는 능력의 말씀이다. 그리스도는 아트라스가 무거운 세상을 어깨에 메고 있는 것처럼 메고 계시는 것이 아니라, 만유를 정해진 코스로 전진시키시면서 보존하시는 분이시다. 그리스도는 우주의 모든 유성들이 그 궤도 위에서 돌도록 능력의 말씀으로 붙잡고 계신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대(對)우주적 기능이다.

“아마 그리스도를 보는 우리의 비전이 제한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분을 우리의 제한된 체험이나 제한된 지식에 가둘 위험이 있다. 우리는 이렇게 거대한 우주적 차원을 가지신 그리스도, 그 분에 대한 우리의 가장 고상한 생각들과 그 분에 대한 우리의 최상의 체험을 초월하시는 그리스도를 보는 비전이 필요하다”(Raymond Brown).

6. 죄 정결자:그리스도는 창조뿐 아니라 구속(redemp- tion)을 이루신 분이시다. 그리스도는 부단히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요 “본체의 형상”이시며 계속해서 능력의 말씀으로 만유를 붙잡고 계시지만, 그 분이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신 것은 시간의 한 시점에서 단번에 영속적인 효력을 가진 구속을 이루신 것이다. “그리스도는 인류 최대의 문제, 즉 죄에 대한 하나님의 반복 불가한 희생제물이시다”(Raymond Brown).

6번의 죄 정결과 7번의 우편 재위는 히브리서의 주제인 그리스도의 대제사장직을 한 마디로 암시하는 구절이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대(對)인간적 기능이다. 그리스도는 자신을 속죄 제물로 바치심으로써 죄를 정결케 하신 분이시다.

7. 우편 재위자:그리스도는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죄 정결 사역을 완성하셨을 때 지극히 높으신 분의 보좌 우편에 앉으심으로써 구속사역을 승리로 종결하셨다.

그리스도가 우편에 앉으셨다는 것은 시 110:1에서 “왕”에게 사용한 말이다. 따라서 이 구절에 그리스도의 왕적 권위가 암시되어 있다. “우편”이란 물리적 우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왕국 최고의 자리”를 가리킨다(엡 4:10; 빌 2:9).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우편에 앉으셨다는 것은 한 편으로 그가 완성하신 구속 사역을 하나님께서 인정 확인하시고 왕권의 자리를 주셨다는 것(빌 2:10)을 의미한다. 그리스도는 승귀하셔서 우편 재위하신 대제사장이시다. 그리스도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무시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가 그의 왕국의 최고의 자리로 가셨다는 것이 그의 영광의 절정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아들

*우주 창조

*선지자­최종 계시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

*우주 소유

*제사장­죄 정결

*하나님의 본체의 형상

*우주 보존

*왕­우편 재위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의 절대적 우월성에 대해서 1-3절에 언급된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는 그의 교훈(최종 계시)과 본질(하나님의 영광의 광채와 본체의 형상)과 사역(만유의 창조 보존 및 구속과 우편 재위)에 있어서 독특하신 분이시다. 그리스도는 히브리서가 설명하고자 하는 하나님과 인간과의 중보자로서 모든 자격을 구비하신 절대적으로 탁월하신 대제사장이시다. 그리스도는 우리가 영원한 파멸의 벼랑까지 가 있다 할지라도 우리를 넉넉히 구원해 내실 수 있는 분이시다.

그리스도를 사랑과 겸손과 희생의 모델, 민중 해방을 위한 혁명가, 착각한 유대인 묵시가, 여러 구원자들 중의 한 사람 등으로 보거나 성육하신 그리스도를 신화(myth)로 보거나 그리스도에 대한 역사적 기록 자체를 상대적인 것으로 보는 것은 본문의 명백한 진리에 대한 도전일 뿐 아니라 우리의 신앙을 흔들리게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으로서 우주를 창조하시고 우리의 구원을 완성하신 분이시라는 것은 절대 불변의 진리이다. 우리가 이 진리를 붙잡을 때에 인생의 어떤 폭풍도 이겨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