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목회자 설문조사 분석해보니…
교회 ‘교인 수 감소→헌금 감소→사역 축소’ 악순환
본보가 새해 들어 전국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은 경제위기와 안티기독교세력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복음 전파에 헌신하고 있는 한국교회에 미래가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번 설문조사는 설교 행태, 금융위기 여파, 한국 교회에 대한 제언 등 7개 항목에서 이뤄졌다.
조사 결과 2008년 10월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로 많은 교회가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런 가운데서도 대다수의 목회자들은 설교에 매진하는 등 복음을 전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한국교회의 미래를 밝게 해준다. 이번 설문 조사는 국민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5명이 전국 목회자 212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전화 면접을 통해 이뤄졌다.
◇교회의 금융위기는 현재진행형=한국교회에 금융위기의 여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다”는 응답은 81명에 달했고, 이 중 47명은 “아직도 금융위기에서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고 밝혔다.
출석 성도 1500명인 김포순복음교회 최영길 목사는 “지난해 헌금이 전년도에 비해 평균 30% 가량 줄었다”며 “아직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서울 영생감리교회는 1만명이 출석하는 소위 ‘대형 교회’에 속한다. 그러나 이 교회 김홍연 부목사는 “금융위기에서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힘든 상태”라고 밝혔다.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동의 주마음교회는 올해 개척 7년째로 출석 성도는 주일학교 학생 10여명을 빼면 장년 10여명이 전부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장년 성도는 지금의 두 배인 20명을 넘었다. 교인 감소 이유는 역시 금융위기. 이 교회 이재탁 목사는 “금융위기 때문에 이혼한 가정도 있고 사업이 어렵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회를 등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금융위기 직격탄을 받은 교회는 ‘교인수 감소→헌금 감소→사역 축소’의 악순환 속에 힘든 사역을 하고 있다. 인천시 부평4동에서 15명 성도들을 대상으로 목회하는 추수하는교회 박문호 목사는 “이런 악순환 구조 속에서 문 닫는 작은 교회들이 많다”며 “작은 교회가 사라지는 것은 한국 교회의 건강성을 떨어뜨리기에 한국 교회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같은 지역 내의 중·대형 교회들이 훈련된 일꾼들을 작은 교회로 파송해 작은 교회의 자립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약 절반인 109명이 “금융위기 여파가 없었다”고 답해 재정 건전성이 좋은 교회들이 한국교회를 든든히 받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희망적인 현상이다.
◇1주일 평균 10번 이상 설교하는 목회자가 52%=목회자들의 설교 빈도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일예배뿐만 아니라 수요예배, 금요예배, 새벽예배 설교를 모두 합쳐 “1주일 평균 10번 이상 설교한다”는 응답자가 111명에 달했다. 반면 “1주일 평균 설교 횟수가 5번 이하”라고 응답한 목회자는 45명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흥미로운 것은 중·대형 교회 목회자들의 설교 횟수도 10번 이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보통 중·대형 교회 목회자는 부교역자들이 많으니까 평균 설교횟수가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수십명이 출석하는 교회 목회자와 마찬가지로 1000명 이상이 출석하는 중형교회의 목회자들도 1주일 평균 설교 횟수가 10번 이상인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출석 성도가 1500명인 가리봉교회 최홍규 목사는 “부목사들에게 설교를 위임하는 경우도 있지만 1주일 평균 10번은 설교한다”고 밝혔다. 최 목사는 “담임목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주일 평균 설교 횟수가 20번 이상인 경우는 대부분 성도 숫자가 50명 안팎인 경우가 많았다. 1주일 평균 설교 횟수가 30번이라고 응답한 수도권의 한 교회는 출석 성도가 28명이었다. 서울 도봉구에서 사역하는 한 목회자는 1주일 평균 20차례 설교한다고 답했다. 이 교회 출석 성도는 20명이었다.
설교 준비와 관련해서는 “1주일에 10시간 이상”이라는 응답이 83명으로 가장 많았다. 4∼6시간은 41명, 2∼3시간은 37명, 7∼9시간은 12명으로 나타났다. 설교준비 시간이 “1주일 평균 1시간 이하”라는 응답도 5명이나 됐다. 설교 만족도에 대해서는 60∼70점이 73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80∼90점(33명), 40∼50점(26명)이 차지했다. 설교 빈도가 많다 보니 설교 준비 시간도 부족하고, 결국 설교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신대 정인교(설교학) 교수는 “설교 과다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예배에 따라 설교를 특성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새벽예배는 큐티식 설교, 주일 오후예배는 교육설교, 수요예배는 성서연구, 금요예배는 기도와 찬양 등으로 특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건강한 한국 교회가 되려면 목회자부터 제대로”=건강한 한국 교회를 위해 응답자의 약 32%인 68명의 목회자들은 “먼저 목회자가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목회자가 욕심을 버리고 정직해야 한다는 등 도덕성 회복을 강조했다. 지속적이고 깊이 있는 기도생활과 이해심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본질 회복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목회자 52명이 “건강한 한국 교회를 위해서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답했다. 교회의 거룩성을 회복하고 예수님을 닮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경 말씀대로 실천해야 한다는 요청도 많았다.
36명의 목회자는 ‘교회 간 연합’을 건강한 한국 교회를 위한 조건으로 꼽았다. 이를 위해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과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고 했다. 수평이동을 금지하고, 경쟁풍토가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교회 간 연합을 위해 중·대형교회가 미자립교회 등 작은 교회를 도와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 않았다. 장신대 소기천 교수는 “큰 교회든 작은 교회든 이제야말로 교회의 본질로 돌아갈 때가 됐다”고 진단했다.
본질로 돌아갈 때만이 한국 교회의 위기를 극복할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소 교수는 “한국 교회는 그동안 프로그램 위주로 교회 부흥을 시도한 측면이 많다”며 “목회자들이 삶 속에서 하나님 말씀의 감격에 빠지게 될 때 위기의 원인은 의외로 쉽게 밝혀지고 교회도 새로운 부흥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